튜브톤 스튜디오Orange OR120은 같은 EL34 네 알인데 왜 마샬과 소리가 다른가요? | 튜브톤 스튜디오 | 서울 원효전자상가

앰프 진단 시리즈

앰프 진단 시리즈

Orange OR120은 같은 EL34 네 알인데 왜 마샬과 소리가 다른가요?

Q. 오렌지의 주황색은 어디에서 시작됐나요?

앰프가 아니라 가게에서 시작됐습니다. 1968년 9월 클리프 쿠퍼(Cliff Cooper)는 런던 New Compton Street에 오렌지 숍(Orange Shop)을 열고 가게 안팎을 아주 밝은 주황색으로 칠했습니다. 가장 좋아하는 색이었고 과일 이름이라 어느 나라에서든 알아듣기 쉬웠기 때문입니다. 관할 당국이 원래 색으로 다시 칠하라고 요구했지만 건물이 철거 예정이라 그대로 남았습니다. 그런데 기존 유통업체들이 마샬, 펜더, 깁슨 제품을 공급해주지 않자, 쿠퍼는 팔 앰프를 구할 수 없다면 직접 만들자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Q. 오렌지 매트앰프(Orange Matamp)는 무엇인가요?

1968년 말 오렌지는 매트 매사이어스(Mat Mathias)가 운영하던 라디오 크래프트(Radio Craft)에 앰프 생산을 맡겼습니다. 별도 합작회사가 아니라 사업 주체는 오렌지 뮤직이었고, 매사이어스의 요청으로 전면 패널에 매트앰프라는 이름을 함께 넣으면서 오렌지 매트앰프라는 이름이 쓰였습니다. 주황색 외장과 액자 같은 테두리로 겉모습은 이미 오렌지였지만, 지금 떠올리는 오렌지 사운드는 아직 만들어지기 전이었습니다.

Q. 초기 오렌지 120W 앰프는 왜 100W 앰프보다 작게 들렸나요?

측정해보니 오렌지 120W는 실제로 120W, 비교한 유명 회사의 100W 앰프는 약 96W였는데도 96W 앰프가 더 크게 들렸습니다. 왜곡을 측정해보니 경쟁사 앰프가 훨씬 많은 왜곡을 만들고 있었고, 고조파와 왜곡의 차이가 사람이 느끼는 음량에도 영향을 준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출력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오렌지가 너무 깨끗했던 것입니다. 그래서 출력을 높이는 대신 게인을 늘리고 톤 회로와 위상반전단을 다시 설계했고, 중역의 포화감과 고조파가 늘면서 굵고 따뜻하면서도 거친 오렌지 사운드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Q. 픽스 온리(Pics Only)와 OR120은 어떤 앰프인가요?

1972년의 그래픽 밸브 앰플리파이어는 기능을 글자 대신 그림으로 표시해 픽스 온리라는 별명이 붙었고, 게인·톤 회로·위상반전단이 바뀌어 출력관을 더 강하게 밀 수 있게 되면서 따뜻하면서도 거친 크런치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전환점이었습니다. 그 방향이 1974년 OR120(Graphic 120)으로 이어집니다. 120W, EL34 네 알, 마스터 볼륨 없음. 기타 앰프를 PA로 받는 환경이 일반적이지 않던 시절, 앰프 자체가 큰 공간을 밀어내야 했던 시대의 앰프이며 오렌지가 현재 사운드의 토대로 꼽는 모델입니다.

Q. F.A.C.(주파수 감쇠 컨트롤)는 무엇을 하나요?

일반적인 베이스 노브처럼 완성된 음색에서 저음을 올리고 내리는 것이 아니라, 신호가 다음 증폭단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저역을 얼마나 가져갈지 고르는 6단 스위치입니다. 저역을 많이 남기면 한 음에 묵직한 덩어리가 따라오며 몸집이 커지고, 덜어내면 몸집은 줄지만 피킹과 코드의 윤곽이 또렷해지고 크런치에서 저음이 번지는 느낌도 줄어듭니다. 원래 저역과 저중역의 몸통이 큰 OR120에서 그 몸통을 얼마나 가지고 갈지 정하는 장치입니다.

Q. 미들 노브가 없는데 톤은 어떻게 잡나요?

OR120은 베이스·미들·트레블 3밴드 대신 제임스(James) 계열의 베이스·트레블 톤 회로를 씁니다. 미들이 없어도 베이스와 트레블의 균형을 바꾸면 중역의 존재감이 상대적으로 달라집니다. 먼저 F.A.C.로 소리의 몸집을 정하고, 베이스와 트레블로 전체 균형을 잡는 방식이라 노브를 몇 시에 맞추는 익숙한 방식과 감각이 다릅니다. OR120의 두꺼운 소리는 저음이 많이 나와서가 아니라 저역과 중역을 다루는 방법부터 달라서 만들어집니다.

Q. 캐소드다인 위상반전단은 소리에 어떤 영향을 주나요?

당시 펜더나 마샬의 대출력 앰프는 쌍3극관 두 채널을 모두 쓰는 롱테일 페어 방식을 흔히 썼지만, OR120은 쌍3극관 한 채널의 플레이트와 캐소드에서 반대되는 두 신호를 꺼내는 캐소드다인(스플릿 로드) 방식을 택하고 그 앞에 드라이버를 따로 둡니다. 크게 밀어붙이면 드라이버, 위상반전단, 네 개의 EL34까지 앰프 뒤쪽 전체가 큰 신호를 받아내며 점차 거친 질감이 살아납니다. 그래서 브레이크업도 갑자기 무너지기보다 큰 소리가 한동안 버티다가 볼륨을 더 밀면 점점 거칠어지는 쪽입니다.

Q. OR120은 어떤 연주감을 가진 앰프인가요?

프리앰프관은 ECC83 두 알뿐이라 여러 개의 12AX7로 게인을 쌓는 현대 하이게인 구조가 아닙니다. 현대 오렌지를 떠올리고 연주하면 생각보다 쉽게 무너지지 않아 의외일 수 있습니다. 클린에서 브레이크업 직전 영역을 넓게 지나고 볼륨을 더 밀어야 거칠고 굵은 크런치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며, 그 경계에서는 가볍게 치면 깨끗하게 버티고 강하게 치면 거친 질감이 따라옵니다. 게인 노브로 왜곡량을 정하는 앰프라기보다 피킹 강약으로 브레이크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앰프입니다.

Q. 같은 EL34 네 알인데 왜 마샬과 소리가 다른가요?

출력관 이름만 같을 뿐 출력관까지 신호를 가져가는 과정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OR120은 F.A.C.로 뒤쪽에 보낼 저역의 양을 정하고, 제임스 계열 톤 회로로 균형을 잡고, 드라이버와 캐소드다인을 거쳐 높은 전압에서 동작하는 EL34 네 알을 움직입니다. 마샬 플렉시 계열이 강한 어택과 앞으로 치고 나오는 중역으로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OR120은 저역과 저중역의 큰 몸통이 먼저 느껴지고 볼륨을 올릴수록 그 몸통에 거친 질감이 붙습니다. 단순히 어두운 마샬이 아니라 소리를 만드는 방법부터 다른 앰프입니다.

Q. OR120을 제대로 쓰기 어려운 이유는 무엇인가요?

120W에 마스터 볼륨이 없습니다. 오렌지가 1974년 OR120을 복원해 테스트했을 때 일반 리허설룸에서 볼륨을 3분의 1만 올려도 상당한 음압이 나왔고, 본격적인 브레이크업은 훨씬 높은 영역에서 나타났습니다. 집에서 네 개의 EL34까지 밀어붙인 크런치를 즐기기는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앰프가 큰 무대를 직접 밀어내야 했던 1970년대의 흔적입니다. 1990년대에는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가 What's the Story Morning Glory? 녹음 등에서 OR120을 쓰며 오렌지를 다시 무대로 끌어냈고, 그의 요구를 반영한 작업은 OTR 계열로도 이어졌습니다.

Q. OR120의 진공관은 어떻게 고르면 되나요?

V1 ECC83은 입력 신호를 처음 받아 기본 음색과 반응을 만들고, V2 ECC83은 드라이버와 캐소드다인 위상반전단을, EL34 네 알은 큰 헤드룸과 출력, 볼륨을 밀었을 때의 출력단 반응을 맡습니다. 브릴톤은 억지로 밝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큰 몸통 안에서 피킹의 시작과 코드 윤곽을 더 분명하게 꺼내는 방향이고, 뉴톤은 넓은 헤드룸과 굵은 중역, EL34의 힘을 과장하지 않아 본래 균형을 먼저 경험하기 좋은 출발점입니다. 비나톤은 저역을 더 부풀리기보다 볼륨을 밀었을 때의 거친 모서리를 누그러뜨리고 중역 질감을 부드럽게 가져가는 방향이 어울립니다. 빈티지 OR120은 EL34를 높은 전압에서 운용하므로 상태가 검증된 매치드 쿼텟으로 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JJ, 일렉트로하모닉스, 멀라드 계열 등을 살펴볼 수 있지만 브랜드보다 실제 앰프의 전압과 바이어스에 맞는 관을 고르는 것이 먼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