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앰프를 켜고 바로 연주하면 안 되나요?
연습이라면 그냥 치면 됩니다. 다만 중요한 녹음이 있다면 조금 기다리는 편이 좋습니다. 소리가 나는 것과 오늘 믿고 쓸 소리가 자리를 잡은 것은 같은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튜브톤 스튜디오는 시간을 10분, 20분, 3시간, 4시간 네 군데에서 봅니다.
Q. 10분에는 무엇을 하나요?
처음 몇 분 동안 앰프 앞에서 시계만 보고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기타 튜닝하고 페달 확인하고 손을 풉니다. 10분쯤 지나면 내가 제일 잘 아는 리프를 하나 칩니다. 처음 치는 곡 말고 손이 알아서 움직일 정도로 익숙한 것으로 세게도 쳐보고 약하게도 쳐봅니다. 저음이 어떻게 받쳐주는지, 피킹이 얼마나 빨리 튀어나오는지, 게인을 걸었다면 음이 어디서부터 눌리고 깨지는지 들어봅니다.
Q. 왜 하필 10분인가요?
진공관 앰프의 바이어스를 맞추는 실제 절차를 보면 앰프에 따라 5~10분 뒤, 또는 20분이나 30분을 기다렸다가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10분은 마법의 숫자가 아니라 이때부터 이제 됐나를 확인해보자는 시점입니다.
Q. 20분에는 무엇을 확인하나요?
10분을 더 연주한 뒤 아까 쳤던 리프를 다시 쳐봅니다. 10분 때와 별 차이가 없다면 시작합니다. 튜브톤 스튜디오는 20분 전후를 본 연주와 녹음에 들어가는 기본 기준으로 봅니다. 아직 소리가 조금씩 달라지는 느낌이라면 좀 더 기다리면 됩니다. 20분은 합격 시간이 아니라 판단할 시간이며, 몇 번 해보면 15분일 수도 25분일 수도 있는 자기 앰프의 시간이 생깁니다.
Q. 계속 치면 더 좋아지나요?
충분히 데워지면 좋다는 말을 뒤집어 뜨거워질수록 계속 좋아진다고 보면 곤란합니다. 진공관 앰프는 전기만 먹는 기계가 아니라 계속 열을 만들어내는 기계이기도 합니다. 출력관도 전원부도 뜨겁고 트랜스포머도 열을 내며 주변 부품도 영향을 받습니다. 20분 때의 앰프와 몇 시간 큰 소리로 연주한 뒤의 앰프를 무조건 같은 상태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Q. EL84 앰프는 왜 더 주의해야 하나요?
EL84는 작지만 전혀 귀엽게 일하지 않습니다. Vox AC30은 30W 앰프인데 EL84가 네 개 들어가고, 전통적인 AC30 계열은 이 작은 출력관들을 상당히 뜨겁게 운용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EL84의 최대 플레이트 손실 정격은 대표적인 데이터시트에서 12W 정도이고 6V6GT는 약 14W, EL34는 25W, 6L6GC는 30W 정도입니다. 출력 숫자만 보면 EL84가 제일 작지만 몇 개를 쓰는지, 얼마나 뜨겁게 운용하는지, 그 열이 어디로 빠져나가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Q. 3시간에는 무엇을 보나요?
앰프를 끄라는 것이 아니라 노브도 건드리지 말고 처음 20분 때 쳤던 리프를 그대로 쳐보는 것입니다. 피킹이 처음처럼 튀어나오는지, 저음의 힘은 그대로인지, 브레이크업이 붙는 느낌은 비슷한지, 손에 돌아오는 느낌은 어떤지 확인합니다. 뭔가 풀어진 것 같다면 이제 진공관이 제대로 익었다고 받아들이지 마십시오. 달라진 것과 좋아진 것은 같은 말이 아닙니다. 확인하려는 것은 어느 쪽이 더 좋은가가 아니라 본 연주를 시작했던 컨디션을 아직 유지하고 있는가입니다.
Q. 모든 앰프가 3시간 기준인가요?
아닙니다. EL84 네 개를 뜨겁게 사용하는 콤보라면 2시간쯤부터 들어보는 편이 좋습니다. 출력관이 여러 개 몰려 있고 콤보 안에 열이 차고 볼륨까지 크게 쓰고 있다면 3시간이라는 숫자를 지킬 이유가 없습니다. 반대로 큰 헤드 섀시에 출력관 두 개가 여유 있게 들어가고 통풍도 좋다면 사정이 다릅니다. EL84는 2시간, EL34는 3시간처럼 출력관 이름으로 정하지 않습니다. 같은 EL84도 두 알짜리와 네 알짜리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Q. 4시간이 지나면 어떻게 하나요?
네 시간을 넘겼다고 갑자기 음질이 나빠지는 것은 아니고 공연장이나 스튜디오에서는 그보다 오래 켜놓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도 높은 출력으로 네 시간 이상 계속 사용했다면 가능하면 한번 쉬어가는 쪽을 권합니다. 이미 충분히 데워졌고 좋은 컨디션으로 연주할 시간도 가졌는데 여기서 열을 더 쌓는다고 소리가 더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입니다. 특히 열이 많은 앰프라면 평소보다 뜨겁고 연주감까지 달라졌다는 것이 먼저 오는 신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