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V1에 좋은 진공관을 넣으라고 하는데 좋은 관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V1은 기타에서 들어온 작은 신호를 처음 받아들이는 자리이고 여기서 만들어진 차이가 뒤에 이어지는 여러 증폭단을 지나가기 때문에 진공관의 성격을 비교적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하나만 바꾼다면 V1부터 바꾸라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있었습니다. 문제는 좋은 관이라는 말의 기준입니다. 노이즈가 적은 관인지, Gain이 높은 관인지, 두 Triode의 특성이 잘 맞는 관인지, 비싼 미사용 빈티지관인지에 따라 답이 달라집니다.
Q. 같은 12AX7인데 하이파이와 기타 앰프에서 기준이 다른가요?
다릅니다. 하이파이에서 진공관은 녹음과 믹싱, 마스터링까지 거쳐 이미 하나의 음악으로 완성된 신호를 재생합니다. 물론 하이파이에서도 멀라드나 텔레풍켄처럼 관을 바꿔가며 음색을 조절하므로 개성이 필요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출발점이 다릅니다. 기타 앰프의 V1으로 들어오는 신호는 아직 음반에서 듣는 기타 소리가 아니라 줄을 튕겨 만든 작은 전기 신호이며, 그 신호가 여러 증폭단과 톤 회로, 출력단과 스피커를 지나면서 비로소 Fender가 되고 Marshall이 되고 Vox가 됩니다. 기타 앰프는 소리를 크게 만드는 기계가 아니라 악기의 일부인 셈입니다.
Q. 하이파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관이면 기타 앰프에서도 좋은가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노이즈가 낮고 안정적이며 어느 음악을 들어도 균형을 잘 유지한다고 평가받은 12AX7을 기타 앰프 V1에 꽂으면 험도 없고 Gain도 충분한데 기타리스트는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관이 나쁜 것도 아니고 기타 앰프에 쓸 수 없는 관도 아닙니다. 단지 그 기타리스트가 원했던 반응과 관의 성격이 맞지 않았던 것입니다. 아주 비싼 최고급 운동화라고 해서 그 하나로 마라톤과 등산, 테니스까지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은 아닌 것과 같습니다.
Q. 테스트 장비의 수치만으로 고를 수 있나요?
플레이트 전류와 Gm, 두 3극관의 특성 차이, 노이즈와 마이크로포닉 확인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측정값이 아주 좋은 12AX7 몇 개를 늘어놓고 그중 어떤 관이 Marshall V1에서 가장 재미있는 소리를 낼지는 수치만으로 맞히기 어렵습니다. 테스트기는 관의 상태를 판단하는 데 매우 유용하지만 기타리스트가 그 관을 좋아할지까지 대신 결정해주는 기계는 아닙니다. 온도계로 스테이크가 제대로 익었는지는 확인할 수 있어도 그 스테이크를 누가 더 맛있어할지까지는 알려주지 못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Q. 기타리스트는 진공관을 어떻게 판단하나요?
기타를 잡고 한 음을 세게 튕겨보고 코드를 쳐보고 Gain을 올려봅니다. 약하게 치다가 갑자기 강하게 때려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듣는 것은 단순한 음질만이 아니라 내 손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입니다. 피크가 줄에 닿는 순간 음이 얼마나 빠르게 나오는지, 코드를 쳤을 때 음의 윤곽이 얼마나 살아 있는지, 세게 밀어붙였을 때 소리가 어떻게 눌리고 다시 나오는지, 클린에서 드라이브로 넘어가는 느낌이 어떤지를 함께 듣습니다. 귀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손까지 같이 사용하는 셈입니다.
Q. 그래서 선별 방법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요?
기본적인 전기적 특성과 노이즈, 마이크로포닉 확인까지는 공통입니다. 그다음이 달라져야 합니다. 하이파이용이라면 실제 하이파이 시스템에서 음악을 들어봐야 하고 기타용이라면 실제 기타 앰프에 꽂고 기타를 쳐봐야 합니다. 측정 수치가 좋다, 저잡음관이다, 쌍3극 양 밸런스가 좋다, 선별관이다라는 정보만으로는 그래서 이 관이 내 기타를 어떻게 바꿔놓는가에 답할 수 없습니다. 튜브톤 스튜디오가 브릴톤·뉴톤·비나톤으로 나누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이것은 1등과 2등을 정하는 등급표가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 관인가를 표시하는 좌표에 가깝습니다.
Q. 그러면 하이파이용 관을 기타 앰프에 쓰면 안 되나요?
그건 아닙니다. 하이파이용으로 판매되는 좋은 12AX7을 기타 앰프에 사용한다고 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아주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기타용으로 선별된 관이 하이파이에서 반드시 나쁜 것도 아닙니다.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은 사용 가능 여부가 아니라 선택의 확률입니다. 피킹 반응과 브레이크업, 압축과 질감을 원한다면 그런 특성을 실제 기타 앰프에서 확인한 관을 고르는 편이 원하는 결과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이파이용과 기타용이라는 말은 관에 찍힌 신분증이라기보다 어떤 목적으로 보고 골랐느냐의 차이입니다.
Q. 결국 V1에는 어떤 관을 넣어야 하나요?
비싼 관, Gain이 가장 높은 관, 측정값이 가장 예쁘게 나온 관, 유명한 미사용 빈티지관 가운데 하나가 자동으로 정답이 되지는 않습니다. 기본적인 품질은 먼저 통과해야 하고 그다음에는 내 앰프와 내 손에 맞아야 합니다. 결국 V1에서 중요한 것은 가장 좋은 관을 찾아내는 일이 아니라 좋은 관들 가운데 가장 맞는 관을 찾아내는 일입니다. 다음에 12AX7을 구입하면서 이거 좋은 관인가요라고 묻고 싶어진다면 무엇에 좋은 관인가요라는 질문을 하나만 더 붙여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