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기타 앰프는 왜 일부러 망가진 소리를 만드나요?
사람은 완벽한 기계보다 버티다가 무너지는 기계를 더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좋은 오디오는 볼륨을 올려도 원래 모습을 잃지 않지만, 기타 앰프는 반대로 조금씩 흔들리다가 자기 자신을 지키지 못합니다. 바로 그때 기타리스트들은 이제야 살아 있다고 말합니다.
Q. 기타리스트가 사랑하는 것은 왜곡인가요?
왜곡이 아니라 저항입니다. 앰프는 처음에는 버티지만 연주자가 계속 밀어붙이면 어느 순간 버티지 못하고, 바로 그 순간 배음이 피어나고 압축이 생기며 기타 톤이라고 부르는 세계가 열립니다. 연주자는 앰프가 아니라 앰프의 저항을 연주하는 셈입니다.
Q. 앰프마다 무너지는 방식이 다른가요?
모두 다릅니다. Marshall은 싸우듯 무너지고, Fender는 버티다가 천천히 내려앉으며, Vox는 마지막까지 반짝이다가 갑자기 숨을 몰아쉬고, Mesa Boogie는 차근차근 긴장을 쌓다가 어느 순간 폭발합니다. 같은 왜곡도 아니고 같은 항복도 아닙니다.
Q. 그렇다면 앰프 설계자는 무엇을 설계한 것인가요?
왜곡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항복의 순서를 설계했습니다. 12AX7이 먼저 무너질 것인가, 출력관인가, 정류관인가, 스피커인가, 아니면 모두가 조금씩 양보하며 함께 무너질 것인가. 그 순서를 설계하는 것이 기타 앰프 설계의 본질이었습니다.
Q. 그러면 어떤 진공관이 가장 좋은가요?
그 질문은 처음부터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진공관이 더 좋은가가 아니라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는 소리를 원하는가입니다. 튜브톤은 그 서로 다른 방향을 브릴톤과 뉴톤, 비나톤이라는 이름으로 구분할 뿐이고,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무너지는 방식입니다.
Q. 좋은 기타 톤은 어디에서 시작되나요?
비싼 진공관이나 유명한 브랜드에서 시작되지 않습니다. 같은 진공관도 어떤 앰프에 넣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고, 같은 앰프도 피킹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표정을 만듭니다. 자신이 어떤 방식으로 무너지고 싶은지를 아는 순간부터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