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하수와 고수는 기타 소리를 만드는 방식이 어떻게 다른가요?
하수는 무엇을 더할지부터 생각하고 고수는 무엇에서 시작할지를 먼저 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하수와 고수는 기타를 몇 년 쳤느냐가 아니라 자기 소리를 만들어가는 방식을 두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마다 EQ부터 만지고 페달을 바꾸며 계속 더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보다 먼저 지금 어떤 기타와 픽업, 어떤 앰프와 스피커에서 소리를 만들고 있는지부터 살펴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둘 다 결국 EQ를 만지고 페달을 쓰지만 차이는 그보다 앞에 있습니다.
Q. 좋은 요리사는 무엇을 먼저 보나요?
실력 있는 요리사는 양념을 잘 쓰고 불을 다루는 솜씨도 좋지만 아무 재료나 가져다 놓고 솜씨로 해결하려 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생선처럼 원재료의 차이가 그대로 드러나는 음식이라면 더 그렇습니다. 게다가 좋은 재료라고 아무거나 고르지도 않습니다. 신선한 생선이 여러 종류 있어도 담백한 맛이 필요한지 지방감이 필요한지에 따라 선택이 달라집니다. 하수에게 좋은 재료는 좋은 것으로 끝나지만 고수에게 좋은 재료는 어디에 쓸 것인가에서 다시 시작됩니다.
Q. 고수는 손으로 다 만든다는 말은 맞나요?
절반은 맞습니다. 좋은 기타리스트는 피킹의 강약과 위치만으로도 소리를 상당히 바꿀 수 있고 기타 볼륨과 Gain, EQ도 훨씬 능숙하게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그렇게 손으로 소리를 잘 만드는 기타리스트들이 왜 자기 기타를 까다롭게 고르고 픽업을 바꾸며 캐비닛과 스피커까지 따질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바꿀 수 있다는 것과 어디에서 시작해도 같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고수는 조절할 능력이 없어서 출발점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조절할 줄 알기 때문에 출발점까지 보는 것입니다.
Q. 진공관은 형번만 맞으면 되나요?
12AX7이라고 적혀 있다고 선택이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TAD, Groove Tubes, Ruby Tubes 같은 기타 앰프용 진공관 전문 브랜드들이 오랫동안 선별과 매칭에 공을 들여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형번 안에서도 노이즈와 마이크로포닉, 게인과 특성의 차이가 있고 기타 앰프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관을 골라내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Q. 좋은 관을 고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요리사가 신선한 생선을 골랐다고 재료 선택을 끝내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좋은 관인가를 확인했다면 그다음에는 이 관이 어떤 관인지를 물어야 합니다. 피킹과 줄의 윤곽이 더 또렷하게 드러나는 쪽인지, 선명함과 몸통의 균형이 잡힌 쪽인지, 한 음의 살집과 질감이 더 살아나는 쪽인지 알아야 합니다. 재료의 품질을 확인하는 것과 그 재료의 성격을 아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Q. 성격을 아는 것만으로도 충분한가요?
성격을 알았다면 이제 그 성격이 어디에 있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밝다, 따뜻하다, 선명하다는 표현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기준이 없으면 어떤 관이 따뜻하다고 했을 때 무엇보다 따뜻한지 알 수 없습니다. 출발점을 고르려면 위치를 알아야 합니다. 좌표 없는 캐릭터는 설명은 될 수 있어도 기준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좋은 관인가, 어떤 성격인가, 그 성격은 어디에 있는가. 이 세 가지가 이어져야 자신이 어디에서 소리를 만들기 시작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습니다.
Q. A·B·C는 품질 등급인가요?
아닙니다. 튜브톤 스튜디오는 브릴톤을 피킹과 줄 사이가 또렷하게 살아나는 소리, 뉴톤을 또렷함과 몸통이 함께 살아 있는 소리, 비나톤을 한 음의 살집과 질감이 살아나는 소리로 나눕니다. 여기에는 어느 것이 더 좋다는 순서가 없습니다. 그리고 뉴톤 B를 하나의 중심으로 두고 그 중심에서 어느 쪽으로 얼마나 움직였는지를 A·B·C로 조금 더 세밀하게 나눕니다. 좋고 나쁨을 나누기 위한 것이 아니라 내가 어느 방향, 어느 위치에서 출발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기 위한 좌표입니다.
Q. 브릴톤을 골랐으면 계속 그 방향으로만 가야 하나요?
아닙니다. 비나톤을 골랐다고 두꺼운 소리만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뉴톤을 골랐다고 언제나 가운데에 머물러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진공관을 선택한 뒤부터는 다시 기타리스트의 영역입니다. EQ를 만지고 Gain을 조절하고 부스트를 걸고 원하는 페달을 사용하면 됩니다. 진공관 하나가 기타 소리를 전부 결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전부가 아니라는 것과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좋은 재료가 요리사를 대신하지 않듯 좋은 출발점이 기타리스트를 대신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