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지미 페이지의 정답 장비는 무엇인가요?
페이지에게는 그런 방식이 잘 통하지 않습니다. 첫 앨범의 텔레캐스터와 수프로가 정답인가 싶으면 곧 레스폴을 들고, 레스폴과 마샬인가 싶으면 녹음실에서는 또 다른 앰프를 꺼냅니다. 어쿠스틱과 12현, 바이올린 활까지 쓰고 와우 페달도 필터처럼 써버립니다. 페이지에게 장비는 내 소리는 이것이라고 정해놓는 물건이라기보다 필요할 때 꺼내 쓰는 재료에 가까웠고, 음악이 달라지면 재료도 바뀌었습니다.
Q. Black Dog과 Heartbreaker에서는 무엇이 들리나요?
Communication Breakdown의 텔레캐스터와 수프로보다 기타의 몸통이 훨씬 두껍습니다. 그런데 리프가 답답하게 뭉치지 않고 한 음 한 음의 시작이 분명하며, Heartbreaker에서도 레스폴다운 몸통이 충분한데 피크로 어디를 건드리는지가 묻히지 않습니다. 페이지를 밝은 소리를 좋아한 기타리스트라고 해도, 두껍고 강한 소리를 좋아했다고 해도 부족합니다. 두꺼워질 수는 있지만 손까지 둔해지면 안 됐다는 것이 더 가까운 설명입니다.
Q. 빛과 그림자(light and shade)는 무슨 뜻인가요?
Babe I'm Gonna Leave You를 들어보면 조용한 어쿠스틱으로 시작했다가 밴드가 들어오며 확 커지고, 다시 빠졌다가 또 몰려옵니다. 페이지는 이런 대비를 빛과 그림자라는 표현으로 자주 이야기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크면 정말 큰 순간이 없고, 조용한 곳이 있어야 존 본햄이 들어오는 순간이 더 크게 느껴집니다. 페이지의 기타도 항상 맨 앞에 있지 않고 필요할 때 나왔다가 다시 빠집니다.
Q. 페이지는 진공관 앰프를 어떻게 이야기했나요?
진공관은 따뜻하다는 식의 설명이 아니었습니다. 기타를 쳤을 때 진공관 안에서 뭔가 살아 움직이고 타오르는 듯한 느낌을 이야기했고, 자신은 트랜지스터 앰프와의 차이를 들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음색표로 고역과 저역을 설명하기보다 쳤을 때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본 것입니다. 수프로와 마샬, 텔레캐스터와 레스폴의 차이를 없애려 하지 않고 각자의 성격을 이용했지만, 쳐도 아무 표정 없이 소리만 키워주는 앰프는 그의 취향과 거리가 있었습니다. 진공관과 앰프가 소리를 만드는 관계는 자료실의 진공관에는 정말 자기 소리가 있는 걸까? 편에서 더 깊이 다룹니다.
Q. 페이지에게 앰프와 녹음실은 어떤 의미였나요?
페이지는 기타를 앰프에 바로 연결해 스피커에서 나온 소리가 다시 기타가 있는 공간으로 돌아오는 느낌을 좋아했고, 그 소리를 들으며 다음 음을 쳤습니다. 그래서 피드백도 사고가 아니라 필요하면 음악으로 썼고, 와우도 원래 사용법대로만 쓰지 않았으며, 앰프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손보고, 마이크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옮기고, 녹음 테이프까지 뒤집었습니다. 녹음실에서는 방까지 장비가 됐습니다. 헤드폰으로 들으면 어떤 기타는 가깝고 어떤 기타는 뒤에 있으며, 드럼은 방 전체를 울리고 아무것도 없는 자리도 남겨둡니다. 페이지는 레드 제플린을 무조건 크게가 아니라 넓게 만들었습니다.
Q. 에릭 클랩튼과 지미 페이지는 무엇이 다른가요?
둘 다 야드버즈를 거쳤고, 미국 블루스에 깊이 빠졌으며, 깁슨 기타와 진공관 앰프로 록 기타 역사에 큰 흔적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좋은 소리를 찾는 방법은 달랐습니다. 클랩튼이 한 음의 질감과 표현을 깊게 파고드는 기타리스트라면, 페이지는 기타와 앰프를 바꾸고 마이크를 옮기고 방과 테이프까지 이용하며 밴드 전체가 어떻게 들릴지를 생각했습니다. 누가 맞고 틀린 것이 아니라 좋은 기타 소리를 만드는 방법이 하나가 아니었다는 것입니다.
Q. 지미 페이지의 소리를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 무엇인가요?
페이지 본인부터 한 가지 소리에 머물지 않았기 때문에 브릴톤·뉴톤·비나톤 중 하나의 캐릭터 이름표를 붙일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래도 텔레캐스터일 때는 빠르고 선명했고, 레스폴로 바뀌며 몸통이 커졌으며, 수프로와 마샬을 오가는 동안에도 피킹이 묻히고 손의 강약이 사라지는 쪽으로는 가지 않았습니다. 굳이 한 문장으로 남긴다면 선명하지만 얇지 않고, 두꺼워져도 둔해지지 않는 소리입니다. 평생 같은 음색을 찾았다기보다 자기가 건드린 만큼 살아 움직이는 소리가 계속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Q. 지미 페이지의 소리를 따라 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하나요?
똑같은 레스폴과 마샬부터 찾는다면 페이지와 정반대로 시작하는 셈인지도 모릅니다. 페이지는 곡이 바뀌면 다른 소리를 찾고, 무대가 커지면 장비를 바꾸고, 앰프를 뜯고, 마이크를 옮기고,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테이프까지 뒤집었습니다. 그에게 가장 중요한 장비는 레스폴도 마샬도 수프로도 아닌 페이지의 귀였고, 그 귀는 기타 소리 하나가 아니라 손에서 시작된 소리가 앰프를 지나 방과 밴드 안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는지 전체를 듣고 있었습니다. 피킹의 강약이나 터치, 다이내믹스 같은 용어는 자료실의 기타 앰프 용어 제대로 알고 있나요? (5편)에서 정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