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암펙스 350은 어떤 장비였나요?
1950년대 녹음실에서는 좋은 마이크와 프리앰프를 거친 소리를 마지막에 반드시 자기테이프에 기록해야 했고, 테이프 레코더는 녹음의 마지막을 책임지는 핵심 장비였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자기테이프 녹음 기술을 발전시킨 암펙스는 Model 200, 300을 거쳐 1953년 전문용 녹음기 Model 350을 내놓았습니다. 커다란 릴 두 개가 도는 본체에 별도의 전자회로 장치와 전원부가 붙고, 안에는 진공관과 트랜스포머가 들어 있었으며, 테이프를 직접 걸고 헤드 상태와 녹음 레벨을 계속 관리해야 했습니다.
Q. 암펙스 350은 빈티지 테이프 사운드를 만들려고 만든 장비인가요?
아닙니다. 진공관의 질감을 더하거나 테이프를 포화시켜 따뜻한 소리를 만들려던 장비가 아니었습니다. 목적은 방송국과 녹음실에서 안정적으로 쓸 수 있고 좋은 음질로 소리를 기록하고 재생하는 전문 녹음기를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낡은 방식이 아니라 좋은 소리를 안정적으로 기록하기 위한 최신 전문 기술이었습니다.
Q. 암펙스 350은 로큰롤 역사와 어떻게 연결되나요?
1950년 샘 필립스(Sam Phillips)가 멤피스에 연 멤피스 레코딩 서비스, 훗날 선 레코드(Sun Records)의 녹음실로 유명해진 곳에서 필립스는 주류 음반사가 관심을 두지 않던 블루스와 R&B 음악가들을 녹음했습니다. 1954년 여름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엘비스 프레슬리가 스코티 무어, 빌 블랙과 함께 아서 크루덥의 That's All Right를 전혀 다른 느낌으로 연주했고, 그 소리를 기록한 장비 가운데 하나가 암펙스 350이었습니다. 우리가 지금 듣는 것은 결국 그날 그 테이프에 남은 소리입니다.
Q. 슬랩백 에코는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테이프 레코더에서는 소리를 기록하는 녹음 헤드와 기록된 소리를 읽는 재생 헤드가 일정한 거리(약 10cm)를 두고 떨어져 있어, 테이프가 그 거리를 이동하는 동안 짧은 시간차가 생깁니다. 지금이라면 디지털 딜레이로 설정할 시간차를 당시에는 실제 테이프의 움직임이 만들었습니다. 샘 필립스는 이 시간차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암펙스 350 두 대를 이용해, 한쪽은 정상적으로 녹음하고 다른 한쪽에서 테이프를 거쳐 조금 늦게 나온 소리를 원래 소리와 섞었습니다. 그 결과 원음 바로 뒤에 짧은 반복음이 따라붙는 슬랩백 에코(Slapback Echo)가 만들어졌습니다.
Q. 슬랩백 에코는 리버브와 무엇이 다른가요?
리버브는 방이나 홀에서 수많은 반사가 섞이며 서서히 사라지는 현상을 흉내 내 원음 뒤로 공간이 펼쳐지는 느낌을 줍니다. 슬랩백은 원음 뒤 아주 짧은 시간에 같은 소리가 한 번 더 탁 하고 따라붙습니다. 그래서 보컬은 더 크고 생생하게 느껴지고, 기타는 피킹 뒤에 작은 반동이 생겨 음 하나하나가 통통 튀며 리듬감이 살아납니다. 초기 로큰롤과 로커빌리의 독특한 공간감에서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소리였습니다.
Q. 옛날 테이프 사운드는 자기테이프가 만든 소리인가요?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신호는 녹음을 위한 전자회로를 거쳐 헤드에 기록되고, 재생할 때도 헤드가 읽은 작은 신호를 다시 키우는 전자회로를 지나며, 암펙스 350에서는 이 과정에 진공관과 트랜스포머가 쓰였습니다. 여기에 테이프의 종류와 상태, 녹음 레벨, 바이어스, 헤드 특성, 테이프 속도까지 결과에 영향을 줍니다. 진공관 하나의 소리도, 자기테이프 하나의 소리도 아니라 그 시대 녹음 방식 전체가 만든 결과입니다. 1950년대 엔지니어들에게 그 특성은 일부러 넣을 빈티지 캐릭터가 아니라 그들이 쓰던 녹음 기술 자체였습니다.
Q. 암펙스 350과 351은 무엇이 다른가요?
350은 12SJ7 다섯 개, 6C5 또는 6J5 한 개, 6F6 한 개, 6SN7GT 한 개, 총 8개의 8핀 옥탈관으로 구성됐고, 351은 12AX7 세 개, 12AT7 한 개, 12AU7 두 개, 6X4 한 개, 총 7개의 9핀·7핀 미니어처관으로 바뀌었습니다. 지금도 기타 앰프 프리앰프에서 쓰는 바로 그 크기의 진공관입니다. 제작 방식도 섀시 위 부품을 배선으로 하나씩 잇던 핸드 와이어링에서 에칭 회로기판으로 바뀌었고, 별도였던 전원부가 전자회로 장치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작은 진공관이 더 좋아서가 아니라 전자산업 전체가 더 작은 부품과 집약된 회로로 움직이던 흐름이었으며, 351이 350보다 더 좋은 소리를 냈느냐는 핵심이 아닙니다.
Q. 기계는 사라졌는데 왜 그 소리는 남았나요?
얼마 지나지 않아 녹음 장비에도 트랜지스터가 들어오고 진공관 테이프 머신은 기술의 주류에서 밀려났습니다. 하지만 슬랩백 에코는 하나의 분명한 음악적 표현으로 자리 잡아, 아날로그 딜레이와 디지털 딜레이, 페달, 컴퓨터로 방법만 바뀐 채 계속 쓰였습니다. 테이프 새추레이션을 재현하는 플러그인이 지금도 만들어지는 것도 단순히 옛날 테이프가 더 좋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암펙스 350은 소리를 만들기 위해 태어난 기계가 아니라 기록하기 위해 태어난 기계였지만, 그 기계를 사용한 사람들이 하나의 소리를 만들어냈고 그 소리는 기계가 바뀐 뒤에도 남았습니다. 명기를 만든 것은 부품 하나가 아니라 그 장비를 실제 음악에서 사용한 사람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