튜브톤 스튜디오풀텍(Pultec) EQP-1A는 어떻게 매뉴얼 밖에서 전설의 EQ가 되었나요? | 튜브톤 스튜디오 | 서울 원효전자상가

스페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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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텍(Pultec) EQP-1A는 어떻게 매뉴얼 밖에서 전설의 EQ가 되었나요?

Q. 풀텍(Pultec)은 어떻게 시작됐나요?

1950년대 초 미국 녹음 현장에서는 원하는 주파수를 자유롭게 찾아 조절할 방법이 많지 않았고, 방송국과 녹음실 장비는 긴 케이블과 600Ω 라인 환경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며 다음 장비로 신호를 제대로 넘겨야 했습니다. 이 무렵 뉴저지에서 전자회로를 맡은 유진 셴크(Eugene Shenk)와 기구 설계·도면·패널을 맡은 올리 서멀린(Ollie Summerlin)이 펄스 테크닉스(Pulse Techniques), 곧 풀텍을 시작했습니다. 회사 기록에 따르면 MGM 뉴욕 스튜디오의 수석 엔지니어 클레어 D. 크렙스(Clair D. Krepps)가 프로토타입을 실제 스튜디오에서 몇 주간 썼고, MGM이 여러 대를 원하면서 제품이 됐습니다. 완성품을 가져다 놓은 것이 아니라 녹음실에서 쓰면서 완성되어 간 장비에 가까웠습니다.

Q. 풀텍의 EQ는 진공관이 만드나요?

아닙니다. EQP-1A 안에는 12AX7과 12AU7, 정류관 6X4가 들어 있지만 저역과 고역을 조절하는 일은 앞쪽의 패시브 필터가 합니다. 패시브 회로는 스스로 신호를 키울 수 없어 주파수를 조절하는 과정에서 신호가 줄어들고, 줄어든 채로 다음 장비에 넘길 수는 없으니 다시 키워야 했습니다. 그 일을 12AX7이 먼저 신호를 키우고 12AU7 출력단이 출력 트랜스포머를 움직이는 진공관 증폭부가 맡았습니다. 셴크의 목적은 진공관다운 색깔이 아니라 줄어든 신호를 깨끗하게 되살리는 좋은 라인앰프였고, 실제로 당시 기준으로 낮은 왜곡과 평탄한 응답을 목표로 설계됐습니다.

Q. 그렇다면 풀텍의 소리는 진공관 소리인가요?

전부 진공관 때문이라고 하면 지나칩니다. 입력·출력 트랜스포머와 피드백 회로가 있고, 생산 시기에 따른 부품 차이와 수십 년 쓴 빈티지 장비의 상태 차이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진공관이 신호만 키웠을 뿐 소리와 무관하다고 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정리하면 주파수의 모양은 패시브 EQ가 만들고, 그 신호가 어떤 모습으로 다시 살아나 나가는가에는 진공관과 트랜스포머도 관여합니다. 설계자는 깨끗하게 되살리려 했는데, 훗날 사람들은 그 과정에서 생기는 질감까지 풀텍의 매력으로 받아들였습니다.

Q. 풀텍 트릭(Pultec Trick)은 무엇인가요?

저역에서 20, 30, 60, 100Hz 가운데 하나를 고르고 Boost와 Attenuate로 올리고 깎는 단순한 구조인데, 누군가 둘을 같이 돌려봤습니다. 상식적으로는 상쇄되어 원래대로 돌아와야 하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앞판에서는 같은 주파수를 고르지만 두 기능의 범위와 곡선이 정확히 대칭이 아니어서, 아래쪽에는 Boost가 남아 봉우리가 생기고 그보다 조금 위에서는 Attenuate가 더 작용해 살짝 골이 생깁니다. 킥이나 베이스의 저역을 올리다 너무 부풀어 흐려질 때 Boost는 두고 Attenuate를 같이 돌리면, 아주 아래쪽 무게는 남고 그 위에서 부풀던 부분은 줄어 저음을 더했는데 오히려 정돈되는 결과가 나옵니다. 선택한 주파수와 양, 원래 소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므로 노브 위치를 외우기보다 들으며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Q. 풀텍 트릭은 설계자가 의도한 사용법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초기 풀텍 매뉴얼은 저역 Boost와 Attenuate를 동시에 쓰는 것을 권하지 않았고, 누가 처음 시작했는지에 대한 확실한 기록도 찾기 어렵습니다. 셴크가 훗날의 트릭을 염두에 두고 일부러 곡선을 다르게 만들었다는 기록도 확인되지 않습니다. 각각 필요한 특성을 만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달라졌거나 당시 부품과 회로의 한계 때문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만든 사람이 권하지 않은 사용법에서 쓰는 사람들이 새로운 소리를 찾아냈다는 점입니다.

Q. 진공관형과 솔리드스테이트형 풀텍은 무엇이 다른가요?

1970년대 초 셴크는 진공관 증폭부 대신 API 2520 계열 디스크리트 OP Amp를 쓴 EQP-1A3-SS를 내놓았고, 이를 기술적 개선으로 여긴 것으로 전해집니다. 입력 트랜스와 패시브 EQ의 기본 구조는 이어졌지만, 신호를 다시 키워 내보내는 부분이 12AX7·12AU7에서 2520 계열로, 출력 트랜스도 피어리스(Peerless) 계열에서 트라이어드(Triad)로 바뀌었습니다. 그래서 진공관 대 트랜지스터의 대결이라기보다 출력 시스템 전체가 달라진 것입니다. 솔리드스테이트형은 저역이 더 타이트하고 펀치가 강하다는 평가로 킥, 스네어, 베이스, 피아노에서 선호되기도 했지만, 진공관형도 당시 낮은 왜곡을 목표로 한 제대로 된 프로용 라인앰프였습니다. 솔리드스테이트형에 출력 트랜스를 남긴 이유는 셴크가 직접 설명한 자료가 없으며, 당시 600Ω 스튜디오 규격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가장 큽니다.

Q. 새 기술이 나왔는데 왜 진공관 풀텍은 사라지지 않았나요?

Pulse Techniques는 회사가 문을 닫을 때까지 진공관형과 솔리드스테이트형을 함께 만들었습니다. 오래 쓰던 장비를 원한 스튜디오, 진공관형의 소리를 더 좋아한 엔지니어, 기존 시스템과의 호환 같은 이유가 섞였을 것입니다. 왜곡이 낮아지고 반응이 빨라지는 것은 분명 기술적 발전이지만, 기술적으로 더 좋은 것과 내가 듣기에 더 좋은 것이 같은 말은 아닐 수 있습니다. 심지어 엔지니어 린 퍼스턴(Lynn Fuston)은 빈티지 EQP-1A3를 마스터링에서 EQ 없이 트랜스포머와 진공관 증폭부만 통과시켜 소리가 한 덩어리로 붙는 글루(glue) 느낌을 이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처음에는 필요해서 넣은 회로가 나중에는 장비를 고르는 이유가 된 것입니다.

Q. 풀텍 이야기는 기타 앰프와 어떤 관련이 있나요?

펜더 베이스맨도 원래 베이스용으로 만든 앰프였지만 기타리스트들이 가져다 쓰면서 5F6-A가 기타 앰프로 큰 인기를 얻었고, 그 회로는 초기 마샬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풀텍 트릭과 베이스맨이 똑같은 경우는 아니지만, 만든 사람이 정한 용도가 장비의 끝이 아니었고 쓰는 사람이 다른 가능성을 찾아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튜브톤 스튜디오는 보통 브릴톤·뉴톤·비나톤을 적당히 조합해 균형을 찾지만, 이 역사를 보면 일부러 한쪽을 극단까지 밀어붙인 소리가 어떤 음악가에게는 재미있을 수도 있다는 질문이 생깁니다. 아직 충분히 시험한 영역이 아니라 새로운 튜닝 방법이라고 말할 단계는 아닙니다. 좋은 장비는 설계자가 만들지만, 그 장비로 어디까지 갈지는 쓰는 사람이 발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