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진공관 앰프는 왜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나요?
일렉트릭 기타가 등장하던 시절에는 작은 전기 신호를 크게 만들 방법이 진공관밖에 없었습니다. 기타리스트가 진공관을 특별히 선택한 것이 아니라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기타리스트들이 이 평범한 전자부품을 조금 이상하게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생긴 현상이 기타 소리의 일부가 되면서 진공관 앰프는 트랜지스터와 디지털 모델링이 등장한 뒤에도 남았습니다.
Q. 무엇을 이상하게 사용했다는 뜻인가요?
앰프는 원래 입력된 신호를 크게 만드는 장비여서 너무 세게 밀어 소리가 찌그러지고 눌리는 것은 증폭기로서 달갑지 않은 일입니다. 그런데 기타리스트들은 앰프를 자꾸 크게 틀었고 찌그러지고 눌린 그 소리가 기타에 잘 어울렸습니다. 약하게 치면 비교적 깨끗하게 나오다가 세게 치면 브레이크업이 생겼고, 기타 볼륨을 내리면 다시 풀렸으며, 앰프를 밀어붙이면 한 음이 쉽게 꺼지지 않았습니다. 기타리스트들은 이것을 고치지 않고 오히려 연주에 써버렸습니다. 앰프의 약점이었던 현상이 기타의 소리가 된 것입니다.
Q. 앰프 제작자들은 어떻게 반응했나요?
Fender와 Vox, Marshall은 모두 진공관을 사용했지만 반응은 서로 달랐습니다. 브레이크업이 시작되는 지점도 달랐고 피킹에 대한 반응과 출력단이 눌리는 느낌도 달랐습니다. 기타리스트들이 그 차이를 이용하자 제작자들은 그 차이를 더 적극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스터 볼륨과 여러 단계의 프리앰프 증폭이 사용되면서 드라이브를 만드는 방법도 달라졌고, 이후 Mesa/Boogie를 비롯한 고게인 앰프에서는 진공관을 어디에서 얼마나 밀어붙일 것인지가 중요한 설계 요소가 됐습니다.
Q. 따뜻한 소리라는 설명으로는 왜 부족한가요?
따뜻하다, 배음이 좋다, 자연스럽다는 말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진공관 앰프가 지금까지 살아남은 이유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기타리스트는 앰프에서 완성되어 나온 소리만 듣고 연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피킹을 약하게 하면 앰프가 물러나고 세게 치면 어택과 브레이크업이 달라지며 기타 볼륨을 내리면 다시 풀립니다. 그리고 그 반응을 들은 기타리스트의 손도 달라집니다. 손에서 앰프로, 소리로, 다시 손으로 이어지는 과정이 연주하는 동안 계속됩니다.
Q. 모델러가 발전하면서 오히려 분명해진 것이 있나요?
있습니다. 현대 모델러도 연주자의 입력에 실시간으로 반응하므로 모델러에는 반응이 없고 진공관 앰프에만 있다고 말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오히려 흥미로운 것은 모델러가 발전할수록 진공관 앰프의 반응을 더 정교하게 모방한다는 점입니다. 주파수 특성과 디스토션 양만 비슷하게 만든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디에서 브레이크업이 시작되는지, 피킹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출력단을 밀었을 때 어떻게 눌리는지까지 재현해야 합니다. 기타 앰프에서는 무슨 소리가 나는지만큼 어떻게 반응하는가가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Q. 진공관은 언제부터 골라 쓰는 부품이 되었나요?
진공관 전성기에 기타 앰프는 작은 시장에 불과했습니다. 진공관은 라디오와 TV, 방송장비와 통신장비, 산업기기와 군용장비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됐고 12AX7도 처음부터 기타 앰프만을 위해 만들어진 부품은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때도 방송용이나 군용처럼 높은 신뢰성이 필요한 분야에는 더 엄격한 규격과 검사가 있었습니다. 다만 일반 기타리스트가 지금처럼 여러 개의 12AX7을 놓고 내 앰프 V1에 어떤 관을 넣을지 고민하는 시대는 아니었습니다. 진공관은 소리를 고르는 부품이 아니라 규격에 맞춰 사용하는 일반 부품이었습니다.
Q. 그러면 형번만 맞으면 아무 관이나 써도 되나요?
정상적인 규격의 관이라면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기타 앰프에서는 개체 차이가 드러납니다. 같은 12AX7이라도 노이즈가 적은 관이 있고 상대적으로 많은 관이 있으며 큰 음압과 진동에 민감한 마이크로포닉 문제도 있습니다. 특히 기타 신호를 처음 받아들이는 V1에서는 작은 노이즈도 뒤의 여러 증폭단을 거치면서 함께 커질 수 있어 중요하고 고게인 앰프에서는 더욱 민감합니다. 6L6GC나 EL34, EL84처럼 여러 개의 출력관을 함께 사용하는 앰프에서는 각 관의 동작 특성 편차를 확인하는 매칭도 필요합니다.
Q. 선별업체들은 어떤 역할을 해왔나요?
TAD, Groove Tubes, Ruby 같은 업체들은 생산된 진공관을 검사하고 선별해서 기타 앰프 사용자가 선택하기 좋은 형태로 공급해왔습니다. 저노이즈 관을 고르고 마이크로포닉을 검사하고 출력관을 측정해 매칭합니다. 제조사가 이것은 12AX7입니다라고 말한다면 선별업체는 그 가운데 기타 앰프에 사용할 관을 골라보겠다고 답하는 셈입니다. 6L6GC 네 개를 임의로 묶는 것과 측정해서 서로 가까운 관을 매치드 쿼드로 구성하는 것은 다릅니다. 선별관은 최근에 생긴 마케팅 개념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자리 잡은 영역입니다.
Q. 좋은 진공관과 내게 맞는 진공관은 어떻게 다른가요?
노이즈가 적고 마이크로포닉 문제가 없으며 측정 상태가 좋은 것은 품질의 문제입니다. 피킹이 더 또렷했으면 하는지, 한 음의 몸통과 질감을 더 원하는지는 소리를 고르는 문제입니다. 둘 다 좋은 관이어도 내 앰프에 더 잘 맞는 쪽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미 밝고 어택이 강한 앰프라면 더 선명한 관이 꼭 정답은 아니고, 코드가 붙고 피킹이 답답하다면 그런 방향의 관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기타 앰프용 진공관 선별은 좋은 관을 고르는 것에서 내 소리에 맞는 관을 고르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