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EL34 앰프에 6CA7을 꽂아도 되나요?
사용할 수 있습니다. 6CA7은 EL34 자리에 억지로 사용하는 관이 아니라 같은 용도로 만들어진 호환관이어서 서로 바꿔 사용할 수 있습니다. 개조를 하거나 변칙적인 방법을 생각할 필요 없이 EL34 대신 그대로 꽂아 사용하면 됩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핵심은 사용할 수 있느냐가 아니라 왜 굳이 6CA7을 쓰느냐입니다.
Q. EL34와 6CA7은 어디에서 시작됐나요?
EL34는 1950년대 초 Philips/Mullard 계열에서 등장한 유럽의 대표적인 출력관으로, 영국 기타앰프 산업이 성장하면서 Marshall을 비롯한 여러 앰프에 사용됐습니다. 6CA7은 미국에서 같은 용도의 출력관에 붙은 미국식 형번이며 이후 GE와 Sylvania 등에서 생산됐습니다. 다만 미국에서 만들어진 6CA7은 유럽의 전형적인 EL34와 외형이나 내부 구조가 똑같지 않아서, 굵은 유리관과 독특한 내부 구조를 가진 전통적인 6CA7은 지금도 EL34와 구별되는 하나의 계보로 취급됩니다.
Q. 겉모습과 내부 구조는 어떻게 다른가요?
흔히 보는 EL34는 길고 비교적 날씬하지만 전통적인 미국형 6CA7은 유리관부터 훨씬 굵고 통통해서 Fat Bottle, Big Bottle 6CA7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내부 구조도 다릅니다. EL34는 파워 펜토드라고 부르는 5극 출력관 구조인 반면 GE와 Sylvania로 대표되는 미국형 Fat Bottle 6CA7은 4극관 변형인 빔 출력관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차이는 같은 자리에 꽂아 쓸 수 있는데도 왜 두 관의 소리와 반응이 똑같지 않은지를 이해하는 단서가 됩니다.
Q. 규격은 어느 정도 비슷한가요?
대표적인 전통 규격을 비교하면 두 관 모두 Octal 8핀 베이스에 히터 전압 6.3V, 히터 전류 약 1.5A, 최대 플레이트 손실 약 25W로 상당히 가깝습니다. 겉모습도 다르고 내부 구조도 다르지만 앰프에서 사용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전기적 규격이 매우 가깝기 때문에 EL34 앰프에 6CA7을 그대로 바꿔 끼울 수 있는 것입니다. 다만 요즘은 6CA7/EL34처럼 두 형번을 함께 표기한 제품도 있으므로 어떤 계열인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Q. 그런데 왜 대부분 EL34만 사용하나요?
6CA7을 사용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관을 써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Marshall을 샀더니 EL34가 들어 있고, 교체 시기가 되어 검색해봐도 Marshall에는 EL34라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오며, 진공관 판매점에서도 EL34를 권합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부터 EL34 앰프에는 당연히 EL34를 써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Q. 6CA7로 바꾸면 소리는 어떻게 달라지나요?
전형적인 EL34가 섬세하고 날렵한 음의 선, 중역과 상부 중역의 존재감을 잘 보여준다면 미국형 6CA7은 음의 몸통과 힘이 조금 더 살아나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한 음을 쳤을 때 살집이 조금 더 붙고 코드를 크게 잡았을 때도 소리 전체가 조금 더 굵게 느껴집니다. 특히 낮은 현에서 파워코드를 잡거나 단음을 길게 끌어보면 이런 차이가 쉽게 드러납니다.
Q. Bass 노브를 올리는 것과는 다른가요?
다릅니다. Bass를 올리면 말 그대로 저음이 많아지고 너무 많이 올리면 저역이 퍼지거나 코드가 답답해질 수도 있습니다. 6CA7로 바꿨을 때는 저역과 저중역이 좀 더 든든하게 받쳐주면서 한 음 한 음이 굵어지고 소리 전체에 무게가 붙습니다. 낮은 음에서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중간 음역의 단음에서도 조금 더 두툼하고 힘 있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저음의 양보다는 소리 자체가 조금 더 굵고 묵직해진다고 이해하는 편이 6CA7의 성격에 더 가깝습니다.
Q. 피킹과 브레이크업에서는 어떤가요?
EL34는 피킹의 강약과 중역의 변화가 비교적 섬세하게 드러나고 피크가 줄에 닿는 느낌도 또렷하게 나타납니다. 출력단이 밀리면서 나타나는 중역의 변화와 컴프레션, 거기에 붙는 배음이 특유의 크런치를 만듭니다. 6CA7은 피킹의 날카로운 느낌보다 그 뒤에 이어지는 음의 두께와 힘이 조금 더 잘 느껴지고, 같은 정도로 드라이브가 걸려도 저중역의 두께가 받쳐주면서 드라이브 자체가 조금 더 두툼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Q. 어느 쪽을 선택하면 좋을까요?
지금 EL34에서 나오는 소리가 마음에 든다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습니다. Marshall 특유의 중역과 상부 중역, 날렵한 크런치, 피킹의 강약에 따라 달라지는 섬세한 표정을 좋아한다면 EL34가 자연스러운 선택입니다. 반대로 기본적인 소리는 마음에 드는데 한 음이 조금만 더 굵었으면, 파워코드가 조금 더 묵직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면 EQ를 크게 바꾸기 전에 출력관을 6CA7로 바꿔보는 것도 방법입니다. 튜브톤의 캐릭터에 빗대면 EL34에서 6CA7로 바꿨을 때 상대적으로 브릴톤 쪽에서 비나톤 쪽으로 조금 움직인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물론 EL34가 곧 브릴톤이고 6CA7이 곧 비나톤이라는 뜻은 아니며 같은 EL34 안에도 세 캐릭터가 모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