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ECC803S는 원래 롱플레이트 진공관인가요?
아닙니다. ECC803S의 원형을 만든 곳은 텔레풍켄이고, 일반 ECC83보다 높은 신뢰성과 안정성이 요구되는 용도를 겨냥한 Special Quality 계열의 고신뢰 진공관이었습니다. 그런데 내부를 보면 지금 익숙한 긴 플레이트가 아니라 프레임 그리드(Frame Grid) 방식의 전극 구조를 사용했습니다. 이후 JJ의 전신인 테슬라에서 Long Plate 구조의 ECC803S가 등장했고 현재 JJ도 Long Plate 구조로 만듭니다. 같은 이름을 사용하더라도 시대와 제조사에 따라 실제 내부 구조는 달랐습니다.
Q. 프레임 그리드는 무엇인가요?
그리드를 만드는 방법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공관 안의 그리드는 캐소드에서 플레이트로 이동하는 전자의 흐름을 조절하는 아주 가는 선인데, 일반적인 구조에서는 이 선을 지지봉에 감아 형태를 잡지만 프레임 그리드는 별도의 프레임에 그리드선을 팽팽하게 고정합니다. 이렇게 하면 그리드의 위치와 전극 사이의 간격을 보다 정밀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다만 프레임 그리드가 일반적인 구조보다 무조건 우수하다는 뜻은 아니고, 당시 텔레풍켄이 요구했던 정밀도와 안정성을 구현하기 위해 선택한 구조라고 보는 편이 맞습니다.
Q. 지금 판매되는 ECC803S는 모두 롱플레이트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텅솔 12AX7/ECC803S Gold는 제품명에 ECC803S라고 적혀 있지만 튜브톤 스튜디오에서 실제 플레이트 길이를 측정해보니 12mm였습니다. 같은 방법으로 측정한 JJ ECC803S는 18.5mm, Sovtek 12AX7LPS와 Mullard 12AX7은 각각 16.8mm, Gold Lion 12AX7은 16.5mm였습니다. 그렇다고 원조 텔레풍켄처럼 프레임 그리드 구조를 이어받은 제품으로 확인되는 것도 아니어서, 이름과 실제 구조의 연결고리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ECC803S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그 이름만으로 내부 구조까지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Q. 반대로 ECC803S가 아니면 롱플레이트가 아닌가요?
그것도 아닙니다. Sovtek 12AX7LPS와 현행 Mullard 12AX7/ECC83에는 ECC803S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 않지만 실측 플레이트 길이는 두 제품 모두 16.8mm로 Long Plate입니다. Genalex Gold Lion 12AX7 역시 ECC803S라는 이름을 쓰지 않지만 16.5mm였습니다. ECC803S는 제품에 붙은 이름일 뿐이고 Long Plate는 실제 내부 구조에 관한 분명한 증거입니다.
Q. 기타리스트들이 롱플레이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용해 본 기타리스트들의 이야기를 보면 소리가 조금 더 열려 있다거나 특정 대역에 몰리지 않고 전체가 넓게 펼쳐진다는 표현이 자주 나옵니다. 중역의 질감이나 배음이 더 잘 살아난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피킹했을 때 음이 답답하게 눌리지 않고 바로 튀어나오는 느낌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것을 게인이 더 높다는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게인이 높게 느껴졌다는 사람도 있고 별 차이가 없었다거나 오히려 낮게 느껴졌다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공통적인 것은 얼마나 많이 증폭하느냐보다 소리가 어떤 식으로 나오느냐입니다.
Q. 롱플레이트면 모두 같은 소리인가요?
플레이트가 길다는 것은 구조적인 공통점일 뿐 같은 소리를 낸다는 뜻은 아닙니다. JJ ECC803S에서는 열린 느낌과 살아 있는 중역, 분명한 존재감을 이야기하는 사용자가 많고, Sovtek 12AX7LPS에서는 매끄럽고 균형 잡힌 반응과 넉넉한 저역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행 Mullard 12AX7은 부드러운 고역과 매끄러운 질감을, Gold Lion 12AX7은 선명한 반응과 고역의 존재감을 꼽는 사례가 있습니다. 플레이트 길이는 여러 조건 가운데 하나이며 Long Plate는 음질의 등급이 아니라 전극 구조의 선택입니다.
Q. 롱플레이트는 마이크로포닉에 약한가요?
구조적으로 진동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조금 더 커질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바로 약하다고 결론 내리면 실제 상황과 거리가 생깁니다. 전극을 얼마나 단단하게 지지하고 있는지, 마이카가 내부 구조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잡고 있는지, 조립 상태와 개체 편차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같은 모델이라도 한 개는 조용하고 다른 한 개는 진동에 민감할 수 있습니다. 앰프의 구조도 영향을 주어서, 헤드형은 진공관과 스피커가 떨어져 있지만 콤보는 같은 캐비닛 안에서 스피커의 진동을 직접 받습니다.
Q. V1에는 쓰지 않는 것이 좋은가요?
그렇게 단순하게 결론 내리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Mesa/Boogie Rect-O-Verb Series 2 사용자는 V1에 JJ ECC803S를 넣은 뒤 클린 채널이 크게 좋아졌다고 평가했고, Fender Champ 사용자도 소리가 매우 좋았다고 하면서 특별한 마이크로포닉 문제를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진공관 전문 판매업체 Eurotubes는 Orange Dark Terror 등의 리튜브 구성에서 V1에 JJ Long Plate ECC803S를 사용하는 선택지를 실제로 판매해 왔습니다. 반대로 V1에서 고음의 발진음이 생겨 V2로 옮겨 정상적으로 사용한 사례도 있습니다. 결국 Long Plate라는 구조만으로 V1 사용 가능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Q. 그러면 무엇을 기준으로 골라야 하나요?
개별 관의 상태입니다. 프리앰프관은 같은 모델이라도 노이즈가 적은 관과 많은 관이 있고 외부 진동에 거의 반응하지 않는 관과 조금 더 민감한 관이 있으며 두 트라이오드의 특성 차이도 개체마다 다릅니다. Long Plate에서는 이런 개체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튜브톤 스튜디오의 ECC803S도 기타앰프 사용을 전제로 노이즈와 마이크로포닉 상태를 확인해 선별하며, 그다음 같은 JJ ECC803S 안에서도 개별 관의 특성을 확인해 브릴톤·뉴톤·비나톤으로 나눕니다. 세 가지가 ECC803S라는 관의 성격을 세 종류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구조 안에서도 조금씩 다른 출발점이 있다는 뜻입니다.